2020년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일을 알리는 홍보 현수막이 서울 관악구 봉천로 건널목에 설치돼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윤가현 교수. 사진=전대신문

[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인구고령화가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나왔다일반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보수와 진보로 구분했을 때 보수진영에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소장 황진수)가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윤가현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다수 선진 문화권에서 고령자들이 유권자로서의 세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후보자의 성향이나 정당의 정책들은 고령자들의 기대에 맞춰주지 않으면 선택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인구고령화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윤 교수는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불참은 인기 없는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기도 하지만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는 미래사회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성향의 입장이 점점 더 유리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 교수는, “고령 유권자들의 장수 욕구에 관련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고령화 추세 때문에 선거 정책은 물론이고 선거에 승리한 이후에도 고령자들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은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윤가현 교수의 연구논문(인구 고령화와 투표행위의 관계)은 2017년 한국노년학연구’(26)에 게재된 바 있다.

고령자는 투표 참여 의지가 높다

윤가현 교수는 인구고령화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첫 번째 논거로고령자들은 젊은세대에 비해 투표 참여 의지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처럼 유권자가 주민등록 돼 있는 지역에서 작성한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고 확인한 후 투표하는 경우나유권자가 스스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후 나중에 투표에 참여하는 나라들에서도 고령자의 투표 참여 의지가 젊은이들보다 더 높다는 것.

예를 들어,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60세 이상 미국인이 18~30세 미국인보다 선거인 명부 등록 비율이 30% 정도 더 높았다당시 선거인 명부 등록자 90%가 투표에 참여했기에 고령자들의 표가 더 많이 반영됐다다른 문화권에서도 투표 가능성과실제 투표율에서 고령자가 더 높다는 것.

이처럼고령자들이 젊은 세대들보다 투표에 참여할 의지나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는 고령자들이 투표행위를 시민의 의무나 덕목이라고 강조했던 시대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마찬가지로이들의 성장기에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강제적으로 주입됐다.

특히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유권자일수록 지역 선거에 대한 의무감이 더 강하고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그 지역에서 젊은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온 것과 관련된다는 주장이다.

인생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더 보수적이다

윤가현 교수는 고령화 현상이 나타난 이후 여러 문화권에서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연령과 정당 선택에 관한 조사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연령과 정당 선택의 관련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자들의 정치적 이념은 젊은이들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데투표에서도 고령 유권자가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한 비율은 젊은 세대들 또는 전체 유권자들의 평균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1만명의 미국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한 비율은 18~29세 10%, 30~49세 18%, 50~64세는 28%, 그리고 65세 이상은 32%이었다.

윤 교수는 정치 철학에서 보수주의가 옛것의 가르침을 더 중시한다면진보주의는 새로움의 추구를 더 중시한다면서,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보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더 강한 반면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보다 익숙함이나 안정예측가능성 등에 가치를 더 둔다고 설명했다사회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어느 정도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찬성 비율이 더 높은 편이란 것.

고령자의 보수성이 더 높은 이유가 있다

윤가현 교수는 유권자가 청소년 시절에 어떤 특정한 당이 지배적이었다면나중에 투표를 할 수 있는 연령이 됐을 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에게는 부모와의 동일시 효과 때문에 보수적인 부모를 따를 수 있고이 같은 영향이 성년기까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는 정치학에서 유권자의 투표결정행위를 설명하는 미시간(Michigan) 모델이다미시간 모델은 1950년대 미국 미시간대학교 정치학자들이 제안한 이론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유권자의 특정 정당에 대한 심리적 애착에 따르는 투표행위다.

윤 교수는 젊은시절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으로 변하는 이유도 있다면서, “고령으로 갈수록 지적 호기심이 감소하는 현상과 결부돼 보수 성향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들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도 과거의 지식 위주로 생활을 지속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혹시라도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황이 더 불편하게 바뀌는 점 등이 싫기 때문에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고령자는 더 오래 살고 싶어 급격한 변화를 싫어한다

윤가현 교수가 고령 유권자가 보수적이라고 분석한 논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고령자들이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큰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자신이 이 세상과 이별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고령자들은 오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과거와 연결된 물건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문제의 해결방식도 예전의 것에 집착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고령자들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고령자들은 본인들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더라도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

윤 교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 나이를 인정하는 대신에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던 시절과 연결시켜 죽음에 대한 불안이 생기지 않게 된다면서,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태도를 바꿀 경우 자신의 현재 나이 등을 인정하는즉 여생이 길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죽음에 대한 불안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과거를 상기시켜주는자신의 과거와 연결돼 있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한다면본인의 여생이 10년이 아니라 적어도 20년 또는 40년 이상이라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

고령화는 투표 및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윤가현 교수는 선진 문화권의 연구결과들을 보면유권자의 연령이 투표행위를 예언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연령효과는 유권자가 평생에 걸쳐 경험했던 일(취업결혼양육퇴직 등), 투자했던 것이나 소유한 자원사회적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연령효과가 바로 심리적 또는 사회적 노화과정과 관련되기 때문에연령이 높을수록 노화과정에 의해 보수적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윤 교수는 고령자의 정치적 태도는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젊은이들에게는 합리적이지 못하게 보일 수 있지만고령 유권자는 젊은 세대들보다 보수적인 의제를 더 선호하고 있다, “곧 정치적 관점이나 인간의 가치는 다면적이지만단순하게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때는 유권자의 연령분포만을 토대로 투표 행동이나 결과를 예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는 미래사회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성향의 입장이 점점 더 유리해지게 된다면서, “이는 고령 유권자들의 장수 욕구와 관련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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